백두대간 제57-44구간 (이기령~갈미봉~고적대삼거리)
◑ 언 제 : 2012 / 02 / 05 (일) ~ 02 / 06 (월) ※ 폭설과 경로 이탈로 인해 무박 3일
◑ 어디로 : 이기동 ~ 3.5㎞ ~ 이기령 ~ 4.1㎞ ~ 갈미봉 ~ 1.3㎞ ~ 고적대삼거리 ~ 2.0㎞ ~ 사원터
~ 4.5㎞ ~ 무릉계곡관리사무소<주차장>
<이기동←접속(3.5㎞)→이기령←대간구간(5.4㎞)→고적대삼거리←접속(6.5㎞)→삼화사주차장>
◑ 얼마나 : 약 19시간 40분 (알바포함) / 15.4㎞ (접속누계 169.91㎞ / 대간누계 544.81㎞)
◑ 누구랑 : 山仰 일요 대간팀외 26명 <일요팀/16, 토요팀/5, 일반팀/4>
◑ 날씨는 : 옅은구름, 시계양호, 적설허벅지
■ 시간대별
▶ 12:00 연호동 → 중앙 고속도로 → 안동 휴게소 <01:40> → 조식 <03:00>
▶ 05:10 이기동 <산행시작>
▶ 07:15 이기령 <810m, 마루금 접속>
▶ 10:31 1,142봉 → 단체 인증샷 → 식사 <11:10~11:50>
▶ 15:25 갈미봉 <1.260m>
▶ 19:05 고적대 삼거리 <대간 마루금 탈출> → 사원터 방향으로 탈출
※ 당초 계획구간인 '고적대~연칠성령' 까지의 완주는 포기하고 사원터 방향으로 탈출
※ 정상등로 이탈로 인해 시간지연
▶ 23:10 사원터
▶ 24:50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산행종료> → 대구도착 <05:30>
■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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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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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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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기
한라산 여행 때문 빠졌던 57-44 구간을
한주 늦게 뒤따라오는 일요 대간팀과 함께하는 꼽사리 산행을 떠난다.
전주 산앙 토요 대간팀은 이 구간을
1,142봉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삼화사로 탈출했다.
오늘은 완주를 목표로 무박으로 출발한다.
무박 3일의 험난한 여정이 될 즐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채..
12:00 연호동
연호동에서 12시에 출발
한밤중 경북의 오지 봉화의 끝머리 무진랜드 휴게소를 지나
털털 거리며 달리는 차 중앙 자리에서 좌, 우로 요동치기를 여러 번..
강원도 대간 길은 여기서 부터인가 싶다.
동해안 해안 길로 가는 수도 있지만
안동에도 타는 회원님이 있어 중앙 고속도로를 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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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10 이기동 마을 ~
새벽쯤 좁은 시멘트 포장 길을 굽이돌아
전후진을 해가며 좁은 이어령 가든 뒷마당에서 하차한다.
어둠 속에 단체 인증샷을 남기고 마을 길 따라 이기령으로 향한다.
며칠 전, 큰 눈은 아니나 잠시 눈이 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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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앙 토요팀이 한주전 지나간 마루금이지만 그사이 내린 눈으로 흔적은 전혀 없다. ~
마을을 벗어나 이기령을 향한 지능선을 넘는데
적설은 그대로이고 불과 1주일 전 토요팀이 밟아놓은 러셀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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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15 이기령 <815m>~
이기령은 대간 마루금이 시작되는 고갯길이다.
이정표의 반은 눈 속에 잠겨있고
산꾼들이 쉬어가는 의자는 눈 속에 잠겨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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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지나 능선으로 올라선다. 역시 적설은 무릎, 허리를 감아 돈다.
송대장님이
오늘은 남자분들은
모두 돌아가며 힘이 닿는 대로 러셀 할 것을 권한다.
이런 신설 상황에서의 선두 러셀 경험은
돈 주고 하고 싶어도 못할 평생의 경험이라며 분위기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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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령에서 갈미봉 오름길, 러셀 장면 ~
이기령에서 출발하면 갈미봉까지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적설량은 점점 많아지고 러셀은 더욱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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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가지 않은 그 길..
힘든 러셀, 진행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
내 순번이 돌아왔다.
스틱을 가로로 눕혀 두 팔로 누른 체
무릎으로 1차 눈을 누르고 한발 다시 누르고 한발 진행한다. 첫 경험 러셀이다.
그러나
한 발을 전진하면 뒷발이 빠지고 뒷발이 빠져나오면 앞발이 빠진다.
허우적 거리기를 여러번... 겨우 10여m 진행 후 뒤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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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이 펼쳐지는 첩첩준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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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중앙 저 멀리 선자령 삼양목장 초지가 하얗게 다가온다. ~
일요팀에는 러셀의 경험이 있는 분이 5~6명은 되는 것 같다.
서로 자원하며 몸을 아끼지 않는다. 여성 한 분도 줄 곳 선두그룹에서 러셀을 자청한다.
모두가 잠시나마 허리를 감는 눈길
러셀을 함께하며 천천히 깊은 심설을 뚫고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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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1 1142봉 ~
지난주 토요팀이 이곳에서
지척의 갈미봉이며 고적대를 바라만 보고 삼화사로 탈출한 지점이다.
오늘은 그때보다는 약간의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한다.
1142봉 넓은 설원에서 맑은 조망을 만끽하며 사진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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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2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
다시 힘차게 건너편의 갈미봉을 향해 나선다.
갈미봉을 향하여 내려선 안부에서 조금은 이른 시간임에도
점심을 먹자는 말이 이곳 저곳에서 들려온다.
천지 눈길에서 점심을 먹을만한 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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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0~11:50 중식~
이대장님과 오뎅국...와!! 이산중에 오뎅국이라..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
전주에 완주를 못해
다시 도전하는 산토대 이종문 대장님이 준비해 온
오뎅국으로 맛있게 중식을 해결한다.
시지 형님들이 오신다고 그 무거운 물까지 짊어지고 이곳까지..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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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회원이 교대로 하고 있는 힘든 러셀장면 ~
중식을 마치고 갈미봉을 향한 북사면의 오름길로 향한다.
봉을 오르는 북사면의 적설이 깊어
약간의 경사에도 가다 서다를 반복 상당한 지연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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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미봉이 손에 잡힐듯하지만 오늘은 너무 멀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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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처마 ~
눈 처마<cornice>란 산의 능선이나 벼랑의 끝에 지붕의 처마처럼 튀어나온 설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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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까지 차 오르는 눈, 러셀의 고단함도 잠시 잊고...
이런 눈을 헤쳐 나가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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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선에 올라서면 다소 진행속도가 빨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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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사면 비탈길은 언제나 적설량이 많아 진행속도가 더디다. ~
GPS를 휴대한 어느 회원님이
시간당 200m, 300m, 500m라며 진행속도를 체크한다.
보통 산행시간을 예측할 때 시간당 1.5~2㎞를 기준으로 잡는데 200m라니...
어느 회원님이 굼벵이가 굴러가도 이 보다는 더 갈 텐데.
우리 모두 일거에 굼뱅이 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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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북사면의 적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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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발한발 드디어 갈미봉이 눈앞에 ~
갈미봉을 향한 막바지 오름길에서 빤히 보이는 봉을 올려다 보며
선두에서 온몸 던져 눈길을 여는 러셀을 따라
하염없이 대기하기를 반복 진행속도는 점점 더디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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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방향 좌측으로 두타산과 황장산이 조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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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타산 너머 운무 자욱한 동해바다 ~
오늘 일반 산행객이 2부부 4명이 있다.
그냥 설산 구경이나 하자며 가볍게 생각하고 왔다고 한다,
한 부부는 스패츠도 없다.
신발 속에는 이미 물이 질퍽거려 걷기도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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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원님이 압박붕대와 비닐로 눈이 덜 들어가게 감아준다.
부인께서 남편에게 뭔가 투덜댄다.
남편분 왈 '지금 와서 어쩔 수 없어'...,
정답이다. 내가 봐도 어쩔 수 없다. 탈출로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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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5 갈미봉 <1,260m> ~
갈미봉이란 순수한 우리말로 봉우리가 두개로 갈라져 있는 산을 말한다고 한다.
주변 나뭇가지로 인해 시야 확보는 어렵다.
드디어 갈미봉 정상에 올라선다.
중식한 안부에서 갈미봉까지 1.5km를 3시간 40분이나 걸렸다.
평소 같으면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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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키보다 훨씬 높아야 할 갈미봉 이정표가 머리만 내밀고 있다. ~
갈미봉 오르기 전부터 여기저기서 말들이 이어진다.
오늘 고적대 넘어 연칠성령까지 가겠냐며...
이미 시간개념은 무너진 듯하다.
상황상 고적대는 뒷날로 남기고 조금 더 진행하여
고적대 삼거리에서
마루금을 버리고 무릉계곡 사원터 방향으로 탈출하기로 결정한다..
전주 토요팀도 완주를 못하고
무박 산행으로 온 일요팀 마저 완주를 못하니
재 도전하는 이대장님의 한숨이 땅이 꺼질 듯하다.
비록 완주는 못하지만
탈출 하산이라도 날이 저물기 전에 하여야 할 텐데...
탈출을 결정하고 고적대 삼거리를 향해 갈미봉을 내려선다.
이 순간만 해도 곧, 탈출로를 만나면 눈길 내리막 주르륵 내려가면..
좀 늦겠지만 큰 무리는 아닐 것이란 생각에 걱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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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미봉 지나 북사면 어느 산비탈.. 진행하지 못하고 서있는 모습 ~
설탕가루 같은 눈이 다져지지를 않으니 러셀이 되질 않는다.
갈미봉에서 탈출 기점 고적대 삼거리까지 1.2km...지척이지만
사면의 설탕가루 같은 적설은
허리춤까지 깊고 다져지지를 않으니 러셀이 안된다.
서있는 시간이 더 많다.
대간능 왼쪽은 천애 절벽이고 오른쪽은 사면의 눈길. 자꾸만 시간은 흘러가고...
허리를 넘어 가슴을 묻는 눈길을 교대 교대 자원하며
앞장서 러셀을 하는 일요팀, 정말 팀워크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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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해는 저물고..
보기 어려운 고봉준령에서 바라보는 석양 ~
중천의 해는 어느덧 서산에 기울어
석양의 붉은 하늘을 물들이며 멀리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대신 보름 전야의 둥근달이 중천에 솟아있다.
능선상 암릉을 우회하는 9부 능선쯤으로의 오른쪽 사면을 잇는 진행,
해는 지고 휘영청 달빛 아래 랜턴을 밝히며 하얀 눈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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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5 고적대 삼거리 ~
역시 산앙의 무리한 강행군..
'고적대 마루금을 버리고 좌측 사원터 방향으로 탈출한다.
탈출 예정 지점인 고적대 삼거리에 도착한다.
갈미봉에서 이곳까지 1.3km.를 정확히 3시간 40분이 걸렸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래도 모두들 긴장한 듯 말이 없고 탈출 지점을 만났다는 사실에
모두가 안도를 한다.
사원터 방향 1시간이라는 이정표
이제 눈길 내리막길 주~욱~죽 미끄러지며 단숨에 내려가겠지...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할 줄이야....
이제 탈출 지점에 도착했으니 우려 마시고 하산하자며
송대장님이 먼저 절벽 같은 하산길 지능선으로 내려선다.
이하 도착지점까지 '이미지'는 없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탈출 상황이 긴박했기 때문이다.
~ 긴박의 순간 탈출기 ~
두타, 청옥, 고적대, 갈미봉으로 둘러싸인 무릉 계곡이 품은
지능선 하산길의 적설은 주능선의 적설을 웃돈다.
내림 길이라 하나 가슴을 막는 눈길 때문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진행은 자꾸만 느려진다.
달빛 아래 흰 능선을 따르는 탈출 행렬의 불 빛...
일요팀 회원님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안전을 보조하며
또한 안심시키기 위한 위안을 나눈다.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다.
탈출 지능선의 끝이 사원터 대피소이다.
간간이 관리소의 위치표식기가 나무에 걸려있다.
한참 진행 중 선두가 지능선의 지능선을 잘못 타 능선이 계곡에 꼬리를 내린다.
계곡으로 내려서니 적설은 더 깊어 진행이 더 지연된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깊은 계곡의 적설을 조심조심 진행하다가
오른쪽 사면을 횡단하여 원래의 주 지능선으로 다시 올라선다.
와중에 비명 소리도 들린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뒤따라오던
일반 산행객 여자분의 미끄러져 넘어지는 목소리다.
그다지 겁에 질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다치진 않은가 보다.
이 여자분은 이런 심설 산행 경험이 거의 없어 보인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주위의 도움 없이는 내려가지를 못한다.
잠시 능선을 따르니
앞은 바위벽으로 막아서고 오른쪽으로 깊은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오른쪽 계곡이 연칠성령에서의 하산길이다.
가파른 사면 길이지만 햇빛을 받는
사면이라 적설은 너머 쪽 계곡보다 훨씬 덜하다.
위험한 사면을 내려서 잠시 진행하니
계곡바닥으로 드디어 연필 성령에서의 하산길과 접속한다.
23:10 사원터
고적대 삼거리 이정표에 사원터까지 1시간 거리라 했는데
우왕좌왕 위험한 지능선 계곡을 오르내리며 4시간을 헤맨 것 같다.
이러고도 사고가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대장, 이소장과 함께 러셀 된 등로 따라 내려서니
전번 산행 때 둘러보았던 사원터 대피소다.
이제는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반갑기 그지없다.
이제 산앙의 대간산행 참여는 접기로 하자는
이소장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한다.
24:50 주차장
어둠 속 무릉 계곡길, 삼화사를 거쳐 상가 단지 주차장에 도착하니
불 꺼진 상가 중에 마침 한 집에 불이 켜져 있고
먼저 내려온 지점장과 대희가 일요팀 몇 분과 함께 하산주를 먹고 있다.
이 늦은 시간에 손님을 받아주는 식당이 있다니...
상냥한 아줌마가 더없이 친절하다.
막걸리 한 잔, 라면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이제야 살 것만 같다.
신발을 벗어보니 양발은 완전히 물에 젖어있고
스패츠와 바짓가랑이는 어름 조각이 더덕더덕 붙어있다.
며칠 전처럼 날씨가 추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스패치도 없이 고생한 부부가 넋을 잃은 채 마지막 후미로 내려온다.
얼마나 고생했을까..
아마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온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원망의 말 한마디 없다. 지쳐서 그럴 기운도 없어서다...
평소 같으면 왁자지껄할 차 안은 적막감이 흐른다.
누구 한 사람 말이 없다. 지친 몸을 실은 차는 대구로 새벽길을 가른다.
눈을 뜨니 대구다. 오가는 출근 차량들이 분주한 아침이다.
뜨끔 거리는 허리, 아픈 무릎,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지친 몸
예정에 없었던
무박 3일, 20시간 산행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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